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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ari.tumblr.com | 2010/06/14 12:36

모두들 잘 지내고 있는지?...

전 기말고사를 다음주에 끝내고, 6월달까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계속해서 통역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 책 읽고 글 읽고 그리고 요가를 다닐 생각이에요.
요즘은 TBS 라디오 '일요천국'에 푹 빠져있고,
어제는 오랜만에 대림동에 놀러갔다가 A-특공대라는 별 오백개짜리 액션영화를 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chomari.tumblr.com
페이스북닷컴/chomari

이곳에 요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텀블러가 다른 소셜미디어와 연동도 좋고, 스킨도 깔끔해서 예쁘네요.
marblog.org를 그쪽으로 바꿔돌리고 싶은데 회사가 망해버려서 ;ㅁ;
연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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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건 정말 확실해서 좋아 | 2010/04/22 16:02

나와 조금 친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온 바를 토대로 유추하면) 생긴 것이나 말하는 것과 다르게 바느질, 뜨게질, 베이킹 등에 관심이 많다. 이왕이면 오븐 겸용 전자렌지, 라고 엄마에게 말하는 것에서부터 이왕이면 타르트판, 이왕이면 계량기, 이왕이면 바느질 도구 세트, 이왕이면 쌩으로 펴놓은 천, 이왕이면 알루미늄으로 된 대바늘, 까지 '이왕이면'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구입한 것들이 지금은 막내동생이 쓰고 있는 서랍 한 칸을 가득 채웠다.

'두들겨 봤자 금 하나 가지 않는 부동不動의 세상'이라는 무기력함이 서서히 나를 잠식해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책을 읽거나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책을 읽다 읽다 눈이 핑핑 돌 것 같으면 면생리대를 한 땀씩 꼬매며 30cm이내의 시야에 파묻히거나, 밀가루의 그램 수에 집중하면 결과물이 탄생하는 베이킹의 축복을 맞으러 부엌에 섰다. 일본에 있을 적에는 무기력함에 신쥬쿠에서 털실을 두세 타래 사오면 그 날 하루만에 다 떠버리고 다음날 다시 사러 가고는 해서 적은 돈으로 오랫동안 할 일을 찾던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케잌 먹는 것만큼이나 돈을 써버리고는 했다. 뜨게질은 넋 놓고 하면 여덟 시간을 기계처럼 하게 되니까.

<줄리&줄리아>에서 사랑스러운 에이미 아담스--줄리가 초콜릿을 북북 저어가며 "내가 왜 이걸 좋아하는지 알아? 하루 종일 인생에 확실한 건 하나도 없고 불확실 불확실의 연속이야. 근데 이건, 코코아 파우더와 버터와 설탕을 넣고 이렇게 미친 듯이 저어대면 걸죽한 초콜릿이 나온다는 게 확실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글쓰기도, 요리도, 뜨게질도, 바느질도 한 만큼 나오는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지만 1. 결과물을 향유하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2. 작업하는 동안 자기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쾌감으로 보상받는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내 부엌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사랑은 너무 복잡해 It's complicated>를 본 후에, 그리고 <줄리&줄리아>를 본 후에 다시 하게 되었다. 그저 방 한 칸만 있어도 감사한 처지로 앞으로 십 년은 족히 살겠지만, 부엌을 갖는다는 건 단순히 잠잘 곳을 얻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시장에 가서 장을 보거나 하는 새로운 일들이 부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방이 개인을 위한 곳이고 거실이 가족을 위한 곳이라면 부엌은 외부를 향해 열려있는 공간이다. 함께 향유할 누군가를 부르게 된다.

내가 부엌에 유독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건, 중학생 때 읽었던 생각도 안 나는 요시모노 바나나의 '키친' 때문은 아니고, 오랫동안 집안에 감금되었던 여성들이 거처하던 성역이라는 부엌의 사회학적 의미와는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부들이 부엌을 찬란하게 가꿔가는 글을 읽는 것이 유독 어렸을 때부터 즐거웠는데, 사춘기 이후에는 단순히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인테리어를 보는 즐거움 이상으로, 그런 글을 읽는다는 것이 복구하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갈망을 대신 충족해줬다.

그건 엄마에게 느끼는 실망과도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부엌이 변화하는 과정을 봐왔다. 몇 번이나 이사를 하고 부엌도 계속 바뀌었지만, 점차 쓸쓸하게 쪼그라드는 부엌을 보면 서글프다. 쪼그라든 부엌은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에 걸쳐 꾸준히 넘쳐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릇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탑을 쌓고 있고, 아무도 그런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냉장고에서는 호화로운 반찬들이 썩어 간다. 시커멓게 부풀어 썩어가지만 몇 번을 치워도 결국 누구도 고칠 수 없는 ... 잘라내버릴 수도 없는 썩은 다리 같다. 추슬러도 추슬러도 부엌은 주둥이를 벌리고 음식을 쏟아내고야 만다.

엄마가 무슨 위원회의 간부직을 그만둔다고 하였더니 다른 분들이 반찬을 한 가득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먹어주는 사람 없이 냉장고에 쌓인 음식은 엄마에게도 질책받고 우리에게도 질책받는 요물단지가 되었다. 엄마의 인생이라는 것이 이제는 집안에 있지 않고 집밖에 있는 걸 알면서도, 자기합리화와 설득의 내러티브로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뱉어낸다는 걸 알면서도, 방치된 부엌을 보면 화가 치민다. 무언가 빼앗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설상가상으로 아빠는 생색용 김치냉장고를 사줬다. 결국 냉장고들이 차지하는 공간의 넓이는 식탁이 차지하는 넓이의 2~2.5배 정도에 이르렀다.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냉장고에 들어차 있는 반찬통의 수보다 식탁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와 더 관련이 있지 않을까 ...? 그리고 나는 그 부엌으로부터 도망쳐 세 끼를 먹으며 하숙집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갈한 부엌을 갖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간절해져만 간다. 나만의 부엌이 있다면 식사와 대화의 자리를 바깥에 빼앗기지 않고도, 집에서 도망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 먹는 게 제일 중요하고 먹는 게 제일 확실하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입에 집어넣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먹을 수 있는가, 서로의 먹는 모습을 참아줄 수 있는가, 식탁 위에서 서로의 취향이 벌이는 싸움을 중재할 수 있는가, 등등 ... 그래서 먹는 행위가 이뤄지는 부엌이라는 공간은 많은 걸 알고 있고 많은 걸 말해준다. 영화를 보고 나니 진한 초콜릿 케익이 먹고 싶어졌다. 그러면 부엌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식탁이라는 풍경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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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죄책감이나 자기기만 없이 과거를 기억할 수 없었다 | 2010/04/21 19:20


피아노 교사 - 10점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문학동네

전쟁 이야기는 힘들다.

그러나 전쟁을 서사의 배경으로 깔고 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수식어를 달고 있거나 한다. 평온하게 유지되던 체제가 한 순간 뒤집히고 짐승같은 비상식이 범람하는 시기 ...

<피아노 교사>는 역자가 말하던 대로 전쟁으로 혼란스럽던 홍콩에서 생존과 사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제목이 왜 '피아노 교사'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피아노 교사'는 이야기에서 그리 큰 부분을 차지 하지는 않는다. 전쟁 당시와 종전 10년 후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랄까 ... 43년의 시점에서는 생생하게 살아남아 움직이고 서로를 할퀴어대던 인물들이 53년의 시점에서 '피아노 교사'에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노인으로 바뀐 것을 발견하면 읽는 도중 놀라고 만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눠 볼 수 없다, 전쟁 때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작중인물들의 대화가 서로 다른 입에서 나와 다른 의미로 읽히는 상황이 흥미롭다. 가장 교활한 기회주의자이면서 야망에 알맞게 수완도 좋았던 남자인 빅터는 트루디를 설득하기 위해 그런 말을 늘어놓는다. 트루디 역시 윌에게 단 한 번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윌의 말에 심하게 흔들리고, 자신이 하던 것을 놓고 수용소로 들어가야 하는지 잠시 고민한다. 콜렉션의 위치를 알던 세 명 중의 한 사람인 탐욕스러운 여사가 오후의 티타임에 피아노교사를 초대해서 같은 말을 할 때에는 지독한 자기모순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 책의 묘미는 생생한 풍경 묘사와 인물들 간에 오가는 탄력적인 대화에 있는 것 같다. 마치 그 대화의 현장에 있는 것 같다. 무의미한 대사 하나도 절대 무의미해지지 않고, 모든 구석에서 지나치게 명료하여 지루한 감을 주는 실수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전쟁 상황에서 각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이용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갈등에 부딪혔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여러 시점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에는 윌의 입장에 감정이입하여 오츠보가 홍콩에서 크라운 콜렉션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를 이용하려는 트루디가 단순히 변했다고만 생각했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수완 좋은 이 여자 역시도 자기가 무엇을 이용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결국 이용 당하는 결말에 이르는 것일까? 정말 지키려는 게 무엇이었는지 까먹은 상태로 감당할 수 없는 곳까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바깥에 있으며 그 모든 굴욕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져 있어 달링, 이라고 말하는 트루디의 성정으로 그녀 스스로가 바깥 세상에 휘말려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53년의 황폐한 윌을 사로잡고 있는 죄책감이라는 것의 근본을 알게 된다. 윌은 말한다. 때로는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선택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니 날 내버려두고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수용소에서 음식 배급을 어떻게 할지, 청소 당번은 어떻게 정할지, 하는 쓰레기 같은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윌은 선량한 정의감과 자신의 윤리적 기준에 따라 트루디를 돕는 것을 거부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에는 결국 수용소 바깥으로 나가 그곳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뿐인 자신의 비겁함을 발견하게 된다. 비겁함을 정의로 위장하고 있었음을. 트루디가 도둑질을 하라면 도둑질을 하고, 가정을 부수라면 가정을 부수고, 누군가를 배반하라면 기꺼이 그를 배반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경계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강하다고. 그렇지만 트루디도 윌 때문에 변한다. 결국은 자신이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으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강인한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윌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윌에게 단 한 번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거절당하지만, 교장이었던 여사가 '누가 알았겠어, 그런 강한 트루디에게 부서질 심장이라는 게 있었다는 사실을 말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윌에게 거절 당한 그녀는 막다른 곳에서 서서히 자신을 포기하게 된다.

윌은 그 죄책감에 방문도 닫지 못 한다. 트루디가 언젠가는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그것 때문에, 어떻게도 하지 못 한다. 전쟁은 끝나고 오츠보는 일본으로 끌려가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들이 변하고 말았다. 트루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윌은 자조적인 농담을 일삼으며 빅터의 전시용 영국인 운전사 행세를 하며 산다. 빅터는 여전히 자신은 중국인을 위해 한 일이라고 모든 상황을 합리화하고, 멜로디는 트루디가 건네 준 커다란 보석을 갖고 트루디의 딸인 로켓을 키우며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를 증오하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과거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윌은 사라진 트루디를 기다리며 자신의 비겁함을 자책한다. 그렇지만 윌을 제외한 인물들은 과거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탐욕스러운 교장이었던 여사는 은퇴한 연금만으로 엄청난 땅을 사들이면서도 자신은 소외계층까지 사랑하는 독실한 신자라는 사실을 변함없이 강조하고, 빅터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전쟁 때 잘못된 결정을 내렸어 ...'라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평가만을 중얼거린다. 비밀을 알던 셋 중에 윌과 함께 수용소에 있던 사람은 전쟁 때 국가를 배반했다는 죄책감으로 총으로 자살한다. 인물들이 과거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이 매우 극적으로 대립한다.

그렇다고 윌이 트루디에게 협력했다면 과연 자신을 비겁하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변한 채 살아남은 트루디와 자신의 사랑을 그대로 지켜나갈 수 있었을까? 전쟁이든 점령국이든 정치든 상관하지 않은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잠들 따뜻한 연인으로 지낼 수 있었을까? 이미 그런 일은 불가능했던 상황이 아닌가? ... 이런 생각을 하면 윌이 안고 있는 그 죄책감이라는 것도 결국은 기형적인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짐승같은 전쟁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런 비정상적인 죄책감이나 비정상적인 자기기만이 없이는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 평생 지울 수 없는 부채감을 짊어진 채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 생존과 사랑을 위해 황폐한 전쟁 상황에서 아무도 제정신으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는 것, 이용당하거나 이용한 채 버려져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 속에서 홀로 시린 발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 

이래서 전쟁 소설은 힘들다.

날짜까지 계산한 치밀한 구성도 좋지만,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특히나 저자가 뉴욕 공립도서관과 홍콩 대학 도서관에서 자료를 얻었다고 밝힌 것과 같이 철저한 자료조사에 있다. 당시 사람들이 무얼 먹었고 어떤 옷을 입었으며 사교 파티라는 것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모였는지. 또한 홍콩 포르투갈 중국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각 나라의 상황과 그에 따라 다른 국적을 가지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대우를 받았는지. 전쟁이 진행되면서 일본군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고 그들이 가진 열등감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소설 속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만큼 생명력 있는 도시로 묘사되는 홍콩, 은 습기가 높아 절대로 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곳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가고 싶어졌다.

사족: 표지는 에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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